kdlpnews-62 호

2001.10.26 발행


[한국의 여성운동가들 5] 강경애


여성문제는 인간문제다-여성노동 계급문제 천착한 30년대 좌파소설가


"작가로서의 사명이 뭐냐. 이 현실을 누구보다도 똑똑히 보고 해부해서 작품을 통해 일반대중에게 나타내 보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냐. 예술이란 그 자체가 민중의 생활과 분리되는데 무슨 가치가 있으랴." 

1930년대 식민지 현실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려낸 작가 강경애(1907~1943).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강경애를 일컬어 "비판적 사실주의의 소중한 열매"라고 불렀다. 그의 대표작 <인간문제>는 "해방 전 조선 소설 문학에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창작방법을 체현한 기념비적 작품"이자 "식민지 시대 최고의 리얼리즘 소설"로 평가된다. 

여기에 또 한가지가 추가된다. 바로, 동시대 여성들의 낮고 험한 삶을 향했던 그의 여성주의적 시선. 오늘날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강경애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딸>, <인간문제> 등에서 나타나는 그의 여성 해방의식은 조혼의 비극이나 자유연애를 다룬 문학작품들과는 달리 식민지의 봉건적 굴레가 여성'노동자'에 대한 극한적 수탈로 드러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지주이자 지식인인 남성과 하층 여성 사이의 계급 갈등이 주를 이루는 <어머니의 딸>에서는 주인공인 농촌 여성 '옥이'가 봉건적 인습에서 탈피하는 신여성으로 변모된다. 제목 그대로 '어머니와 딸', 즉, 어머니 세대에서 딸 세대로 이어지던 여성의 종속적 운명을 주체적 자각으로 극복하라는 작가의 전언. 

이로부터 3년 후에 쓰인 <인간문제>는 남성 중심 지배질서의 모순과 부조리를 보여주는 한국판 '여자의 일생'이다. 주인공 '선비'가 방직공장에 취직했다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식민지 초기자본주의 사회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특히 고용계약, 남성감독관, 노동 통제,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 등의 노동환경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노동 재해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강경애의 작품활동은 1931년에서 1939년에 이르는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 이는 스물 여섯에 결혼해 북간도로 이주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문단의 변방이지만, 당시 항일 무장 투쟁의 중심지였던 간도 시절은 그에게 끊임없는 정치적 긴장을 주었을 터. 

실제로도 조선 민중의 삶에 대한 애정과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자각을 높여줘 이 당시 소설에는 중국 동북지방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의 어려운 삶과, 그것을 변혁하기 위한 노력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사회운동과 가정생활, 민족해방투쟁과 친일강요 등의 문제로 고뇌한 흔적이 그의 작품에 배어 있으며 반일독립운동과 항일무장투쟁은 강경애 소설의 기본적 배경이라는 것. 

또한 강경애는 혹독한 가난과 의붓아버지로부터 받은 설움을 끼니로 먹고 자란 유년시절의 경험까지 되살려낸다. 빈농의 딸로 태어나 서른 일곱으로 요절하기까지 강경애가 태생적으로 접했던 이러한 식민지 사회의 모순은 문학수업 시절, 양주동으로부터 받은 복고적·중도적 국민문학론의 영향으로부터 이념적으로 독립, 비판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줬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는 언제나 여성노동자, 매춘부 등의 사회적 약자와 나약한 지식인이 등장한다. 이들의 주된 갈등은 빈곤과 자본가의 횡포. 여기에 남편의 횡포도 더해진다.  

식민지 체제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했던 이러한 가부장 권력과 소설로 한판 붙는 행위, 강경애는 그것을 '실천'이라 불렀다. 강경애 문학은 식민지 현실과 여성 계급문제에 대한 저항의 기록이다. "여성문제도 인간문제로 보라"는, 결코 침묵할 수 없는 존재의 외침이다.

(이지안mulu@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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